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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민] 62 전력 : 청춘

62 전력 : 청춘







1



 시작은 아주 평범하게, 봄날의 창가에 홀로 앉아 있는 널 보면서. 선선한 바람이 네 앞머리를 흩트려놓았듯 나도 네게 흩트려졌다. 바람은 너의 앞머리를 흔들고, 너는 나를 흔들고.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널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 나 자신이 한심할 지경이었다. 나는 유난히 일찍 등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그날의 나를 칭찬하며 당장 네게 다가갈 만한 계기를 마련했었다. 쉬는 시간, 괜히 보지도 않던 수학 교과서를 꺼내 짝에게 앞으로 배울 페이지를 물어본 나는 창가 분단 세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네게로 가 네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너는 고개를 들었고, 나는 마주한 시선에 잠시 긴장했다가 네 책상 위에 교과서를 올렸다.


 “이거 답이 뭔지 알아?”

 “뭐, 이거?”


 사실 너의 수업 태도가 어떤지, 성적이 어떻게 나오는지 따위는 알지 못했다. 너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내겐 다 그랬다. 내게 있어 수업시간이란 언제 방해꾼이 날 깨울지 몰라 불안한 취침 시간일 뿐이었는데, 나는 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교과서를 들이밀고 보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멍청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너는 공부를 잘했다는 것. 내가 가리킨 문제를 잠시 보고는 풀이를 슥슥 써 내려가는 너의 고운 손을 보며 나는 혀로 입술을 한 번 쓸었다. 정석이라 불리는 모양새로 네 손에 쥐어져 있는 네 샤프가 되고 싶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그것을 계기로 나는 너와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 몇 가지, 너는 나의 생각보다 훨씬 더 공부를 잘했다. 반 일 등, 때로는 전교 일 등.




2



 그리고 너는 놀기도 잘 놀았다. 피시방보단 노래방을 선호하는 네 덕분에 나 또한 노래방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 남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건 너와 노래방을 갔을 때가 처음이었는데, 누군가가 나의 노래를 듣고 박수를 치며 마구 칭찬해 주었다는 것이 나를 기쁘게 했다.


 “나 사실 음악 하고 싶어.”

 “정말?”

 “응.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작곡 공부도 해.”


 사실 나는 너 때문에 잘 하지도 못하는 공부에 관심이 많은 척을 했었더랬다. 그리고 음악이 좋다는 너의 말에 나 또한 그렇다고 대답했다. 노래라곤 집에서 혼자 흥얼거리는 것밖에 없으면서. 하지만 나는 정말이냐고 몇 번이나 되물으며 예쁘게 웃는 너를 보고 나의 충동적인 대답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너와 함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다.


 “넌 첫사랑이 있어?”


 어느 날 네가 물었고, 나는 깜짝 놀라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난 아직 없는데, 뮤즈가 있으면 곡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 분반이라 여자친구 사귈 기회가 없다는 게 문제. 너는 딱히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다는 듯 네 말을 이어가기만 했다. 나는 너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나의 첫사랑은 너고, 그래서 나의 뮤즈는 너라고.




3



 그날 나는 기타를 구입하고, 독학을 위한 책도 샀다. 나의 뮤즈는 너야. 내내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같은 반에 그대로 올라간 덕분에 너와 계속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나는 처음으로 나만의 곡을 만들었다. 시작은 평범하게. 나의 곡을 들은 너는 박수를 쳐주었다. 진짜 잘 만들었다, 너도 작곡가를 목표로 해 봐.


 “이건 내 뮤즈가 칭찬해 준 곡이야.”


 이렇게 말하는 나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려있었던 것 같다. 와, 정말? 밝게 웃으며 묻는 너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도 안 하고 의식의 흐름대로……